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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강변북로 남양주 / 중국요리점 리하이, 재료의 맛은 어디로 숨었나?

by 오후 4시 33분 2019.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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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강변북로를 이용하여 양평을 향하다 보면 강변북로 끝자락에 구리와 청평, 양평으로 갈라지는 사거리가 나오고 그 근처에 예전부터 중국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오가다 그 곳에서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오늘 지나다 보니 새로운 중국집이 오픈했기에 한 번 들러봤습니다. 상호는 '리하이'네요. 설마 다시 만나자는 신조어 'Re-Hi'는 아니겠지요...?

 

 

 

제가 방문했던 리하이는 남양주 부근의 강변부로 근처에 있던데 검색을 해보니 구리에도 체인점이 있더군요. 내부는 꽤 넓고 쾌적하며 인테리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이 단번에 느껴집니다. 천장에 있는 붉은 등과 커다란 청룡과 백호, 벽에 멋진 그려진 세밀한 그림은 매우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좌석도 많고 여럿이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조성되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메뉴는 위와 같습니다. 싼 가격은 아니고 무엇가 확실한 맛을 보여주어야 하는 가격입니다. 지금은 오픈 행사중이라 자장면 4,000원 해물누룽지탕 8,000원 탕수육 10,000원에 판대하던데요. 저는 자장면과 해물누룽지탕을 주문했습니다. 매장 내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매우 친절하시더군요.

 

 

 

일단 기본 반찬인 김치, 양파, 단무지가 나왔는데 김치가 맛이 없습니다. 중국산 같기도 하고 저렴한 국산김치 같기도 하던데 신맛과 짠맛이 약간 느껴지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쓴맛이 조금 났습니다. 제가 받은 김치만 이상했던 것인지 몰라도 희한하게 쓴맛이 나더군요. 저렴한 기사식당에 가서 중국산 김치를 먹어도 쓴맛은 나지 않던데... 아무튼 중국요리에 김치는 기본 찬이 아니니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어갔습니다.

 

 

 

중국요리집의 시그니처, 짜장면이 나왔습니다. 인테리어에 노력을 기울인 만큼 짜장면도 색감과 플레이팅에 신경을 쓴 것 같지요? 녹색 면에 검정 소스를 덮고 밋밋함을 달래기 위해 나물과 메추리알로 예쁘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하지만 슥슥 비비면 결국 검정. 한 젓가락 후루룩 먹었는데... 불 향과 단맛이 약간 느껴지고 나머지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더군요. 춘장과 돼지고기를 베이스로 볶았으면 두 재료의 맛이 느껴져야 할진데 희한하게 그 맛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달아서 못먹을 그런 맛은 아니고 면도 기계로 뽑은 면이지만 나쁘진 않았습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맛이 저 멀리서 뒤따라오지 못하는 느낌이었어요.

 

 

 

뒤 이어 나온 해물누룽지탕. 돌로 된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으며 나오는 모습이, 이 역시 보여주기에 신경을 쓰긴 했는데... 맛이 따로 놉니다. 해물 누룽지탕인데 국물에서 해물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군요. 입 안에서 국물이 누룽지와 건더기를 감싸 안아 조화롭게 맛을 느끼도록 해줘야 할텐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다 보니 맛이 따로 노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을 쓰자면 건더기랑 국물을 따로 먹는 느낌이었어요. 결정적으로 이 요리 역시 맛이 약간의 단맛만 느껴질 뿐 대체 재료의 맛이 어디로 숨었는지 느껴지질 않았습니다. 그냥 동네 중국집 울면 베이스에 재료 때려넣고 끓이거나 중국식 우동 국물에 녹말 풀고 재료 때려넣어서 끓이는 게 더 맛있을 것 같았습니다.

 

가게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적자면, 눈에 보이는 인테리어나 플레이팅은 화려한 반면 음식 맛은 서정적이라고 말을 하겠습니다. 우리가 중국요리점을 갈 때 몸 건강해지자고 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중국요리만의 강렬하고 개성넘치는 맛을 느끼며 칼로리로 몸을 채우기 위한 기대감으로 중국요리를 찾는 것인데, 그 기대감을 엉뚱한 곳에서 채워주려 하는 것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무협소설에 나올 것 같은 무림고수가 비급을 준다기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갔더니 태권도를 가르쳐주는 느낌이랄까요? 못먹을 정도로 맛이 형편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중국요리점의 문을 여는 사람의 기대감과, 음식 외부로 보여지는 노력의 흔적과는 관계 없이 맛은 엉뚱한 방향에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라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면이 녹색이더군요. 추측하기로는 매우 높은 확률로 웰빙 마케팅을 위한 시도였던 것 같은데 매장에 이에 관한 설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짜장면 첫 젓가락을 뜨고 혼란스러운 맛에 빠져서 못 본 것일수도 있지만, 이왕 먹는 것이면 알고 먹는 게 더 맛있을텐데 대문짝만하게 어딘가에 붙여주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포스팅을 마무리지을까 합니다. 지금과 같이 할인 된 가격이면 한 번은 먹어볼만 하지만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할인 되지 않은 가격으로 먹었는데 지금과 같은 맛이면 돈이 아까워 매우 슬플 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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