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 후문을 지나던 점심 무렵
길 건너에 빛바랜 간판이 보인다.
가게의 흥망성쇠가 빈번한 이곳에서
이런 간판을 지켜온 곳이라니.
이건 일단 들어가고 봐야 한다.
■인테리어
내부는 넓고 깔끔.
젊은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벽과 포스터는 나이를 드러내고 말았다.
오늘날 쟁반 생라면은 메뉴에서 사라졌지만
다행히 스페샬 떡볶이는 살아남았다.
그래서일까?
스페셜이 아닌 스페샬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메뉴
품목 구성은 딱 우동집.
가격은 딱 대학가 식당.
사실 요즘 식당들 보면
말만 대학가인 곳이 많은데
여기는 딱 대학가 식당이다.
■반찬
세상에 이럴 수가.
우동을 시켰는데 반찬이 네 개나 나온다.
김치는 반가운 국산 김치.
짜고 않고 시원하다.
그리고 어묵 조림은 간이 아주 딱 좋고
어묵의 품질도 괜찮다.
밥을 시킬 걸 그랬나...
■꼬치우동 (₩4,000)
아, 참 잘생겼다.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앞에서 만나던 녀석들 생각난다.
자고로 우동은 국물부터 먹는 게 예의.
생선 육수의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가격이 가격이기에 진한 맛은 아니지만
뒷맛이 걸리적거리는 공장제가 아니다.
이거면 된 거다.
면도 잘 삶아졌다.
엉키거나 부분적으로 덜 익은 부분 없이
고루고루 탱글탱글 쫄깃하다.
후루룩후루룩
면을 먹는 즐거움이 찾아온다.
참 예쁘게도 꽂혀있다.
게다가 이런 게 무려 두 개나 들어있다니!
위에서도 말했지만 가격은 4천 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아 맛있다.
가성비 정말 끝내준다.
역시 어느 식당이든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동을 먹고 있는데 나만 우동을 먹고 다른 모든 손님들은 선택은 돈가스. 이 부근엔 돈가스 가성비 최강자인 봉실스넥과 신촌돈가스가 양대산맥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여기 돈가스가 잘 팔리는 거 보면 분명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반찬으로 나온 김치와 어묵 조림을 먹으니 찌개류나 덮밥과 같이 손맛을 타는 음식이 궁금해진다. 아, 이러면 다음에 갔을 땐 뭘 먹어야 할지 고민이 커진다.
상호 : 유우동 돈까스
주소 : 춘천시 백령로 127
기타 : 주말엔 쉽니다.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큰하고 시원한 김치수제비의 정석 [밀두레 - 강원도 춘천] (0) | 2021.06.03 |
---|---|
해발 600m에서 만나는 커피의 맛 :: 미로(美路) :: 강원도 인제 (0) | 2021.05.13 |
시골집 같은 중국집 [용왕성 - 강원도 홍천] (4) | 2021.03.30 |
동작세무서 앞 출중한 기계우동집 (서울 신길동) (10) | 2020.11.15 |
서울 구로동 :: 구로구청 앞 간판들, 짜장일번지 (0) | 2020.11.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