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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서울 신월동 :: 경창시장 뒷골목

by 오후 4시 33분 2020.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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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동에 약속이 있어 갔는데 어쩌다보니 시간이 붕 떠버렸습니다. 어떻게든 시간을 좀 때워야 할 상황이었는데 마침 멀지 않은 곳에 경창시장이라 전통시장이 있길래 잘 되었다 싶어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시장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필요한 상점들은 다 있었습니다. 채소, 과일, 생선, 반찬, 꽈배기, 정육, 통닭과 같은 먹거리와 의류, 속옷, 양말과 같은 잡화 등등 우리가 살면서 꼭 필요한 것들은 내실있게 다 모여있더군요. 그 중에서 가장 제 관심을 끄는 것은 통닭집에서 파는 닭강정이었습니다. 차라리 그쪽을 지나지 않아서 냄새를 맡지 않고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닭 튀기는 냄새와 닭강정의 탐스러운 모습의 조화에서 나온느 유혹은 참기 힘들더군요. 다행히 저 같이 혼자 먹는 사람을 위해서 닭강정을 작은 컵에 담아서도 팔기에 한 컵 사서 맛을 음미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있는 진리 중 하나는 '시장에서 사먹는 닭강정은 맛이 좋다'라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제 컵에 닭강정 한 조각을 덤으로 얹어주시더군요. 많이 팔아 드린 것도 아닌데 선뜻 주시는 마음씨에 따스함을 느끼며 참 잘 먹었습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도로변쪽 시장 입구 건너편 골목에 있는 통닭집입니다. 맞은 편에 수산물 가게 있는 집이예요. 주인 아주머니의 정도 정이지만 맛도 참 좋으니 지나다 마음이 끌리는 분들은 한번 드셔보셔도 괜찮다 추천합니다!


그렇게 먹고 났지만 시간이 아직도 남은지라 동네 구경이라도 할 요량으로 걸어다녔더니 시장 출구쪽에 동네로 이어지는 골목이 보였는데요 중간중간에 있는 상가들의 간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 중 몇가지의 간판이 흥미롭기도 하고 또 제 취향과 맞는지라 사진으로 담아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이 저 도깨비였습니다. 가게는 청과류를 파는 가게인데 그다지 어울리지 않게 도깨비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네요. 왜 그런지 궁금하기도 한데 그거와 별개로 꼬마 도깨비가 참 귀엽습니다. "야! 빨리 이거 사먹어" 라고 하는 느낌이네요.










빌라 1층에 있는 문방구입니다. 저 어렸을 때만 해도 집으로 가는 골목 중간 중간에 이런 문방구들을 흔히 보고는 했는데 요즘 문방구들은 학교 앞에서나 근근이 명맥을 이어나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런 문방구가 퍽 반갑습니다.








동네 마트 간판에 있는 삽화가 귀여워 보여 찍어보았습니다. 토마토의 몸매가 탱글거리게 잘 표현된 것 같네요. 파는 왜 중간에 잘라져 있는지 궁금하네요.









꽤 오래 되어보이는 정육점인 신정식육센'타'가 보입니다. 창문 앞에 놓인 저울이 반갑네요. 예전에 제가 살던 동네에서 고기를 사면 한덩이 턱 자른 다음 창문 앞에 있는 저울에 올려 무게를 보여주었거든요. 삽겹살 1근에 6,000원 정도 주고 샀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제 여기서부턴 오르막길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주택밀집지역이 시작되고 그 경계 즈음에 이런 정육점 간판이 보였습니다. 저는 이 간판을 보고 문득 고민하는 뒷모습들이 떠오르더군요. 시장에서부터 있는 많은 정육점을 지나 이제는 집으로 가기 전 만나는 마지막 정육점. 묵직한 고기 한 봉지 사들고 가고 싶지만 가벼운 주머니. 그렇지만 이 고기를 누군가와 나누어 먹고 싶은, 누군가에게 먹여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기에 고민하는 뒷모습. 저는 가끔 이렇게 혼자 상상을 할 때가 참 좋습니다. 하지만 아얘 없는 이야기만은 아니리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오늘 경창시장 뒷골목 간판 구경도 끝을 냈습니다. 예전 생각이 나게 하면서 감성에 젖어 천천히 걸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로 만드는 것도 좋지만 저는 남아있는 것들이 더 좋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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