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강원도 시골 마을에서
28평 정도 되는 단독주택에 살며
심야 전기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서울 사람인데 몇 년 전 이사를 왔죠.
그런데 제가 도시가스에 익숙해진 삶을 살아서 그런지
이 심야 전기 보일러라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더군요.
만약 제 가족이나 친구가 집을 새로 구하는데
거기 난방이 심야 전기 보일러라 한다면
도시락 싸들고 가서 말릴 것 같습니다.
그만큼 단점을 많이 느꼈는데요
해서 그와 관련한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 심야 전기 난방이란?
우선 심야 전기 난방이 뭐냐면
밤에 싼 전기로 보일러를 가동해
온수통 안에 있는 물을 데운 후
그 걸로 난방 및 온수를 쓰는 방식을 뜻합니다.
보일러실에 가면 위 사진과 같은 물통이 있는데요
오른쪽에 큰 게 난방 전용 물통이고
왼쪽에 작은 게 온수 전용 물통입니다.
이 두 개의 통 안에 있는 물을 야간에 전기로 데운 다음에
난방도 하고 낮에 뜨거운 물도 쓰는 것이죠.
대충 우리의 밀접한 실생활로 비유하자면
커피나 차 먹을 때 쓰는 전기 포트 있잖아요?
그런데 그 전기 포트가 굉장히 크고 보온도 가능하기에
밤에 물을 팔팔 끓여가지고 바닥 온돌도 데우고
낮에 샤워나 설거지 등 온수도 쓰게 되는데
이 전기 포트는 반드시 밤에만 작동을 합니다.
이 원리가 바로 심야 전기 난방입니다.
▶ 단점 1 : 낮에 온수 떨어지면 방법이 없음
제가 심야 전기보일러를 쓰면서 겪었던 문제 중
가장 큰 불편함은 바로 온수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밤에 데워진 물로
낮에 샤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온수 통에 물이 떨어지게 되면
그다음부턴 온수를 쓸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심야 전기보일러이기 때문에
야간에만 작동하기 때문이죠.
낮에 온수가 떨어졌는데 뜨거운 물 쓰고 싶으면
주전자에 물 끓이는 방법 말곤 없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엔 세 식구가 사는데요
식구 모두가 온수 샤워를 하루에 한 번 밖에 못 합니다
온수 통이 너무 작아서 사용량을 감당 못 하더군요.
따뜻한 물로 마음껏 설거지하는 건 감히 생각도 못 하고요
만약 자고 가는 손님이라도 오면 엄청 난감합니다.
▶ 단점 2 : 따뜻하지 않은 난방
난방 쪽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긴 한데
신통치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도시가스 보일러를 쓰던 집에 살았을 땐
보일러를 빵빵하게 돌리면 집안에 온기가 확 돌았는데
이 심야 전기보일러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물론 밤에 난방을 계속 돌리면 아침에 온기가 돌긴 도는데
오후가 되면 온기가 빠지는 게 느껴집니다.
그러면 다시 보일러를 돌려서 집을 데워야 하는데
위에서 말씀드렸듯 심야 전기보일러는 밤에만 돌아갑니다.
낮에 집이 추우면 난방을 할 방도가 전혀 없어요.
온수는 주전자에 물을 끓여서라도 어찌어찌 쓰는데
온돌은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 단점 3 : 여차하면 폭탄이 되는 전기요금
이렇듯 온수도, 난방도 썩 좋지 않은데
문제는 거기에 전기 요금도 여차하면 폭탄이 됩니다
원래 이 심야 전기 시스템이 처음 도입되었을 땐
전기 요금이 그렇게 비싸지 않았기 때문에
'야간에 싼 전기'라는 서비스가 가능했습니다.
그게 1990년대 이야기인데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전기 요금 상승으로 '야간에 싼 전기'는 옛말이 되었죠.
위 사진은 저희 집 과거 전기 요금 내역인데
이는 심야 전기 요금만 해당합니다.
지난겨울 요금을 살펴보면 10만 원 중반대가 나왔는데요
세 식구 사는 집에서 괜찮은 요금 아니냐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저 금액이 집에서 춥게 살면서 나온 액수입니다.
그리고 이건 보일러를 정말 잘 컨트롤해서 나온 금액이에요.
보일러에 무슨 컨트롤이 필요하냐 궁금해하실 수 있겠는데
심야 전기보일러는 도시가스처럼 그냥 막 쓰면 안 됩니다.
사용자가 컨트롤해주지 않으면 돈은 돈대로 나가고
난방이 들쑥날쑥하게 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더군요.
예를 들자면 제가 지금 집에 처음 이사 왔을 땐
보일러 컨트롤 할 줄 몰라 요금을 40만 원 냈습니다.
그것도 하루를 따뜻하게 살지도
온수를 마음껏 펑펑 써보지도 못 하면서 말이에요.
그다음부턴 인터넷 찾아 사용 방법 공부를 하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친 다음에
그나마 지금의 상태로 살게 된 것입니다.
▶ 요약 : 처음부터 안 쓰는 게 정답
요약을 하자면 심야 전기보일러는
온수를 내 마음대로 못 쓰고
난방은 그다지 따뜻하지도 않은데
여차하면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일러 컨트롤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해결할 방법은 딱 하나, 보일러 교체입니다.
기름보일러 내지 LPG 보일러로 바꾸는 거죠.
그래서 저는 LPG 보일러로 바꾸려 했는데...
보일러실이 옆집 담벼락이락 딱 붙어 있어서
교체를 하려면 대공사를 해야 하더군요.
아니면 옆집 땅을 사 버리던지...
그런데 생각을 해 보세요.
기껏 집을 구해 들어왔는데 보일러 교체로 돈이 든다면,
그리고 그 걸 계약 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아깝겠습니까?
그러니 여러분도 만약 집을 새로 구하는데
그곳 난방이 심야 전기보일러라면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하는 걸 추천합니다.
만약 제가 계약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지금 집에는 들어오지 않을 것 같네요.
모쪼록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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