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길동 대신시장 근처에 일 보러 갔는데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식사를 해결해야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데 최근 날이 영 꾸물거리다보니 뜨끈한 국밥 한그릇이 생각나더군요. 해서 가끔 이용하는 굴국밥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그 굴국밥집으로 여러분은 안내해볼까합니다.
이쪽 지역에는 오래된 건물과 함께 과거의 흔적이 자주 보이는데요 길 건너에 있는 금성장도 그 한가지라 하겠네요. 지금이야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모텔과 호텔을 예약하는 시대지만 예전엔 저런 'XX장'이 최신 시설이었을테지요? 예전에 여인숙에서 하루를 머문 적이 있는데 비단 솜이불을 깔아주고 물은 노란색 주전자에 보리차를 담아 주시더군요. 문득 그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무튼 옛날 기억을 이야기하자고 사진을 올린 것은 아니고 금성장 1층에는 '노가네우동'이라는 우동집이 있는데, 혹 이 글을 보시는 분 중 근처에 지날 일이 있으면 한번 드셔보세요. 값도 4천원으로 싸고 맛도 좋고요, 무엇보다 주인아저씨 마음씨가 아주 넉넉합니다. 곱빼기 주문해도 그냥 보통값을 받으시더라고요. 저 가게는 다음에 소개하도록 하고 오늘은 굴국밥을 먹으러 가보겠습니다.
대신시장에서 우신초등학교쪽으로 걷다 보면 오래되어 보이는 상가들이 나오고 그 한켠에 제가 가려던 굴국밥집이 나옵니다. 정확한 상호는 '굴예찬굴국밥보쌈'인데 간판에는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대신시장쪽 굴국밥', '신길동 굴국밥' 하면 듣는 사람도 대충 여기라고 알아듣습니다. 예전에는 오래된 빛바랜 간판이 세월을 짐작하게 하였는데 언젠가부터 깔끔한 간판으로 바뀌었더군요.
내부는 그냥 큰 특징이랄것은 없지만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고요 메뉴는 저렴한 편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6,000원으로 굴국밥 한그릇 먹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식당은 저 가격을 몇년째 이어오고 있는데요 그 마음씨가 고맙기도 하고 다행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테이블에 앉아 계시는 저 두분은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60년지기라고 하시네요. 어제 두분이서 한잔 걸치시고 해장 겸 오늘 또 나오셨다는데 또 술을 걸치시네요. 60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인 술병의 수 만큼 서로의 정과 이야기는 말로 할 필요 없을 만큼 많이 쌓였겠지요? 해서 저 장면은 가족들이 본다면 건강이 염려되는 순간이겠지만 나그네인 제 눈에는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으로만 보입니다.
값은 저렴하지만 접대가 소홀하지는 않습니다. 기본 찬만 해도 다섯 가지나 주고 전부 다 맛있습니다. 그런데 뻔데기를 주는 것이 특이한데요 저 뻔데기는 제 기억으로는 몇년째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메뉴입니다. 어찌 보면 이 집의 시그니처라고 할까요? 저야 좋아하는 음식이고 맛도 좋으니 반기며 먹긴 하는데... 왜 뻔데기가 개근을 하게 된 것인지 문득 궁금하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맛은 좋으면 그냥 넘어가도 괜찮겠지요?
그리고 다른 찬인 오징어젓갈, 콩나물무침, 깍두기도 맛이 좋은데 특히나 배추김치가 일품입니다. 제 입으로 느끼기에는 젓갈 많이 들어간 남도 스타일은 안니데 시원하면서도 간이 적당해서 찬으로는 딱 좋겠더군요. 그리고 고기나 튀김요리의 느끼함을 잡아주기에도 딱 적당한 맛입니다. 국밥 요리와의 궁합이야 더 말하면 입만 아프지요.
제가 주문한 굴국밥(6,000원)이 나왔습니다. 이 굴국밥에는 밥이 말아져 나오고요 밥을 따로 먹고싶은 분은 따로 달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헌데 저는 밥이 말아진 스타일을 좋아하기에 별도의 주문 없이 시켰는데 밥을 따로 주시더라고요? 알고보니 종업원 분이 실수한 것이었습니다.
굴국밥은, 우선 밥이 말아진 상태에서 끓여서 그런지 국물이 조금 걸쭉한 편입니다. 집에서 쌀로 죽을 끓이다 보면 점점 물이 걸쭉해지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버섯과 부추 그리고 굴이 주된 내용물로 어우러져 있는데요, 솔직히 굴 특유의 시~원한 맛은 없어서 굴국밥같지는 않고요 버섯 국밥에 굴이 들어갔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한 만큼 굴을 많이 넣을 수는 없을테고 또 철도 아닌 한여름에 가서 먹었으니 그럴테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맛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국밥에서 느낄 수 있는 껴지는 든든함과 따스함은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한끼 식사에 부추, 버섯, 굴을 먹으니 아무래도 건강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어쨌든 제법 탱글거리는 굴이 이렇게 들어있고요.
위에서도 언급드렸지만 배추김치가 아주 맛이 좋습니다. 또한 오징어젓갈도 무생채가 들어있고 시원하면서도 짭쪼름하고 쫀득거리는 식감이 입을 즐겁게 해주지요. 국밥 한 숟가락 입에 넣고 배추김치 씹고 또 한 숟가락 넣고 오징어 젓갈을 먹으면 행복이 멀리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완뚝했습니다. 정말이지 한끼 잘 먹었습니다.
사실 저는 여기를 오면 굴전 시켜서 한잔 하고 싶은데요 사는 곳이 멀어서 늘 국밥만 먹고 나서곤 했고 오늘도 그랬네요. 언젠간 제 소망을, 이왕이면 아까 보았던 두 분과 같이 오래된 벗과 함께 이루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 지어보겠습니다. 근처 지날 일 있는 분이라면 한번 들어서 한끼 드셔보세요. 굴을 '예찬'할 정도까지의 감동은 아니더라도 '밥 잘 먹었다'라는 기분이 드는 국밥 한 그릇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상호 : 굴예찬굴국밥보쌈
전화 : 02-848-1471
주소 :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54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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