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시장 구경 왔는데 찐빵집이 보였습니다. 오늘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삐질삐질 나는 8월의 한여름, 그것도 태풍이 오기 몇 시간 전이라 푹푹 찌고 습한 가마솥 더위였는데 진짜로 가마솥에 푹푹 쪄지고 있는 찐빵이 이 상황에서도 맛있어 보이더군요. 뭐,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눈길이 간 것이기도 하겠지만 '시장'과 '찐빵'의 조합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에 오늘도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가게 내부는 아담하고 깔끔하고 저렇게 찐빵이 다소곳이 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메뉴는 찍지 못했는데 4개에 2,000원이었습니다. 개당 500원 꼴, 값이 매우 저렴합니다. 저는 집에 가서 냉장고에 두고 먹을 생각으로 12개 6,000원어치를 구매했습니다.
그렇게 찐빵을 구매하고 가려는데 가게 사장님의 어머님이자 선대 주인인 할머니께서 어디선가 오시더군요. 구부정한 허리로 솥 안에서 찐빵 하나를 꺼내어 쥐어주시며 말없이 웃으시던데 그때 느껴진 할머니 손이 어찌나 거칠고 주름지던지. 손에 느껴지는 무게감과 온도는 찐빵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장 안에서 이 찐빵 하나로 가꾸었던 할머니의 삶과 푸근한 정이 오늘 제게로 왔습니다.
하지만 찐빵은 감성적인 이유로 사는 것이 아니라 먹어야 하는 음식! 그런데 이 집의 찐빵은 맛도 좋습니다! 엄청난 찰기를 지닌 반죽은 아니지만 제법 쫄깃하고요 무엇보다 팥 소가 제 입에 딱 맞네요. 많이 달지 않지만 심심하지 않게끔 팥의 은근한 단맛이 느껴지고요 통통한 팥 알갱이가 씹혀 식감을 살려줍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팥 소의 맛은 아닌 것 같아요. 개당 500원인 가격을 생각하면 싸게 잘 샀다고 느껴질 맛입니다.
제가 나이가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기에 함부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옛날 찐빵의 맛이 이러지 않았을까 추측도 되네요. 큰 특색이 없고 화려하지는 않은 맛.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소박하고 정갈한 맛. 직접 만든 재료에 정성을 들여내기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맛. 옛날 찐빵은 먹어보지 못했지만 그 맛은 이렇지 않을까, 원래 찐빵은 이런 맛이 아니었을까 상상으로 그려봤습니다.
또 드는 생각은 아이들 간식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우리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단 음식은 영 먹이고 싶지 않잖아요? 그렇다고 달지 않으면 아이들이 잘 먹지 않은데 이 정도의 단맛이면 부모님과 아이들의 적당한 타협점이 되리라 생각이 드네요.
우연히 들른 찐빵집에서 정도 느끼고 맛도 느끼고 참 좋은 여름의 한 조각을 저는 여기서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도 횡성시장에 가게 된다면 한번 들러서 찐빵 맛을 보세요. 값도 싸고 맛도 좋고 참 좋은 찐빵집입니다.
덧붙이는 글
포스팅 올린 후 검색을 해보니 여기 39년 전통의 가게였네요. 팥도 직접 삶고 원래 할머니가 하시던 것을 따님이 이어서 맥을 이어나가고 있던 것이었네요. 어쩐지 맛이 좋다 했습니다!
상호 : 희정빵집
주소 :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읍상서로7번길 8 (횡성시장 안에 들어가서 좀 돌아다니면 금방 눈에 띕니다)
전화 : 033-343-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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