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서 어머니와 화천에 구경왔습니다. 역시나 기대 만큼 물도 좋고 산도 좋더군요. 그리고 이런 시골 버스터미널도 참 좋습니다.
저는 버스나 기차를 타러 갈때면 보통 30분 정도는 여유롭게 가는 편인데요, 표를 끊어두고 탑승 전에 음식을 먹기 위함입니다. 보통 짜장면이나 우동을 먹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먹으면 평소와 다른 맛과 재미가 있더군요.
오늘도 짜장면 한그릇 할까 해서 근처 중국집을 찾았는데요 마침 수타면을 하는 가게가 있기에 와 봤습니다. 상호는 백운담, 상호가 한자로 적힌 것 빼고는 평범한 시골 중국집 같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니 문에 범상치 않은 한자가 적혀있습니다. '세재경자년만사여의형통' 경자년 한 해에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네요.
외부의 투박한 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엄청 밝고 깨끗하며 매우 넓어서 많은 인원이 앉을 수 있는 연회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더 넓고 깔끔한 매장인데 제 실력이 모자라 많이 보여드리지 못함이 아쉽네요.
가게 인테리어를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사장님께서 붓글씨와 서화를 좋아하시는지 이곳 저곳에 멋진 글과 그림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사진의 그림은 '일곡 방화계'라고 써있는데요 제목 외 한자는 읽지는 못하겠는지라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정보를 모아보니, 화천에 '곡운구곡'이라는 유명한 계곡이 있는데 그 중 일곡에 대해 읊고 그린 서화라 짐작이 됩니다.
어쨌든 조금 이야기를 새자면 곡운구곡은 진짜 볼만합니다. 버스나 도보로 보기는 힘들지만 자가용 이용이 가능하면 지나가면서 스윽 둘러 보기에는 정말 좋습니다. 평범한 계곡과는 다른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시간 되시면 들러보세요. 특히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아주 끝내줍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쓰셨는지는 모르지만 붓글씨로 된 메뉴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별미'의 글자가 힘이 있으면서도 독특하여 그 뜻과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만약 화천에 들를 일이 있는데 이런 글씨나 그림 좋아하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꽤나 흥미로운 식사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인테리어 이야기로 서두가 길었습니다. 메뉴는 위와 같은데요 저희는 짜장과 해물짬뽕을 주문하였습니다.
우선 물이 나왔는데 미온의 쟈스민차네요. 저는 중국집에서 음식 시켰는데 쟈스민차가 나오면 뭔가 대접받는 기분이 들더군요. 향고 그윽하고 온도도 따스한 것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것 같습니다.
주방은 오픈되어있습니다. 위생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주문과 동시에 무언가 지지고 볶는 소리가 나는데요 소리만 들어도 맛있네요.
드디어 음식이 나왔습니다. 일단 제가 주문한 해물짬뽕(8,000원)입니다. 해산물이 꽤 들어있고 많이 매워보이지 않는 외관인데요... 저는 이 집이 수타면 집인줄 알고 왔는데 수타면이 아닌 것 같아요. 수타면은 좀 모양새가 들쑥날쑥한데 크기가 일정하고 반듯한 것이 어째 기계로 뽑은 것 같더군요. 아니면 수타면 이렇게 면을 고르고 일정하게 뽑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째 영 미심쩍은 이 점 때문에 실망을 하고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면을 한 젓가락 먹어보니 실망이 싹 사라집니다.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이 아주 좋아서 이게 수타면인지 기계 면인지 구분이 필요 없겠더군요.
면을 먹었으니 국물을 마셔보았는데요, 약간 칼칼하면서 개운하고 담백한 짬뽕 국물의 맛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기름기가 적어서 느끼한 음식을 싫어하는 저에게는 딱이었는데요 술 마시고 다음 날 얼큰한 음식이 생각은 나는 데 너무 매우면 속에 탈이 날 것 같을 때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8,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해산물은 많다고 느껴지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시원한 국물 맛은 없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어머니가 시키신 짜장면을 조금 받아서 먹어보았습니다. 조명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보통의 짜장면보다 색이 약간 밝은 것 같았고요 중간 중간 적당한 크기로 썰린 돼지고기가 보입니다.
어쨌든 한젓가락 후루룩 먹어보았는데... 와! 엄청 맛있습니다. 짜장면 역시 짬뽕과 마찬가지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입니다. 그러면서도 여타의 짜장면과 맛이 조금 다른데요 마치 물짜장과 짜장면의 중간 즈음의 그런 맛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이 짜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맛은 놓치지 않았기에 건강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나 아이들도 부담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깔끔하게 짜장과 짬뽕 모두 다 해치웠습니다!
오늘 처음 들러서 한 번 먹었던지라 조심스럽지만 총평을 하자면, 일단 면이 아주 맛있습니다. 식감도 좋고 먹은 후 소화도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짜장과 짬뽕은 모두 담백한 공통 된 분모를 가지고 좋은 맛을 보여줬습니다. 느끼하지 않아서 부담이 없고요 먹은 후 시간이 지나도 부대끼지 않더군요. 마치 중국음식이 아니라 한국음식을 먹은 기분이었습니다. 뭐 물론 두 음식은 중국음식이라 할 수는 없지만요. 다만 아쉬운 점은 짬뽕의 맛이 가격에 비해 밋밋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짬뽕은 짜장면보다 인상적인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가게의 짬뽕은 맛은 좋은데 심심한 느낌이네요. 일반 짬뽕이 메뉴어 없어 짬뽕이 먹고 싶으면 무조건 8,000원의 해물짬뽕을 시켜야 하는데 짜장면보다 3,000원을 얹어줘서 먹기엔 설득력이 부족한 맛이라 생각합니다. 대신 짜장면은 5,000원 값을 하고도 남을 만큼 맛이 좋으니 근처 지날 일 있으면 한번 드셔보셔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가게 인테리어도 저에겐 꽤 매력적인데요 다음에 화천에 가면 여기는 꼭 갈 예정입니다. 가서 그림이나 글씨에 대해 사장님께 꼭 물어보고 사진도 많이 찍어오고 싶네요. 혹 붓글씨나 서화 좋아하시는 분이 근처 지나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괜찮은 시간을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 사장님께서는 근처 군부대에 짜장면 봉사를 하고 계시답니다. 감사패와 사진이 위 사진보다 배는 많아 가게에 빼곡한데요 음식도 맛있고 선한 마음씨를 가지고 멋진 일을 하는 사장님께 좋은 일이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위에서 설명드렸던 그림인 '일곡 방화계'가 알고 보니 '곡운구곡'의 아홉개의 계곡 중 첫 번째 계곡의 이름이 '방화계'였습니다. 해서 '일곡 방화계'라고 하였나 봅니다. 또 상호인 백운담은 네 번째 계곡의 이름이라고 하네요. 그 외에 그림이나 한자들도 곡운구곡의 이름이거나 관련이 있고 가만히 살펴보니 연회실 입구에 붙은 표찰도 '일곡, 이곡... 팔곡, 구곡' 이런 식으로 지어졌네요. 즉 이 가게는 곡운구곡을 테마로 하여 꾸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지역 군부대 봉사도 하시고 가게 인테리어는 화천의 명소인 곡운구곡을 테마로 하시는 등 이 가게 사장님은 화천을 많이 사랑하시고 멋을 알고 즐기는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본문 작성 후 곡운구곡에 대해 찾아보다가 알게 된 사실이어서 이렇게 덧붙여 봅니다.
상호 : 백운담
주소 :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내로2길 18
전화 : 033-441-7607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구로동 :: 구로구청 앞 간판들, 짜장일번지 (0) | 2020.11.15 |
---|---|
정이 너무 넘치는 기계우동 :: 노가네 우동 (서울 신길동) (0) | 2020.11.14 |
횡성 :: 횡성잔치국수 :: 시장의 맛 사람의 정 (0) | 2020.09.02 |
횡성 :: 희정빵집 :: 팥 통통 정 듬뿍, 39년 된 옛날 찐빵집 (2) | 2020.08.27 |
서울 신길동 :: 굴예찬 굴국밥 :: 따스하고 든든한 국밥 (2) | 2020.08.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