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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기도 이천 :: 관고재래시장 오일장 구경

by 오후 4시 33분 2020.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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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은 최근의 우리나라 답지 않게 비가 제법 내렸다. 사실 과거를 많이 거슬러 오르지 않고 10년 전만 해도 비는 자주 만날 수 있었고 그만큼 눈도 자주 내렸다. 그땐 그게 자연스러웠는데 언젠가부터 눈과 비를 접하기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렇게 사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헌데 요즘은 무슨 일인지 지가 제법 내린다. 코로나라는 연유로 세계 공장의 가동이 더뎌져 지구가 점차 건강해진 탓일까? 아무튼 예년 같이 많이 내리진 않지만 그래도 자주 내리는 봄비는 참 반갑다.

 

봄비가 내리고 나서 하늘이 꾸물거리는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이천을 지날 일이 있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일장이 열리는 날(2, 7일)이었다. 마침 물건, 특히 된장을 좀 사야 했는데 마트에서 나온 공산품 된장은 왠지 영 믿음직스럽지 않는지라 시장에 들러서 구입하기로 했다.

 

 

이천의 관고전통시장은 상시 운영을 하는 시장이지만 장날이 되면 평소보다 많은 상인들이 찾아오고 구경하는 사람들 역시 더욱 늘어가 이렇게 북적거린다. 아니, 북적거리다 못해 매우 복잡한데, 길가 공영 주차장은 물론이고 건물식 주차장에도 차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보니 주차를 하려는 차량, 이 도로를 지나려는 차량, 행인들이 어우러져 엄청 복잡하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혹여나 장날에 이곳을 찾으려는 분들께 조언을 해드리기 위해서도. 차를 가져가실 거라면 일찍 가시던가 아니면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한다. 나도 10년 넘게 운전을 하며 주차난을 겪은 경험에 의하면 이 지역은 말 그대로 '각이 안 나온다.' 주차를 하는 데 엄청 애먹었고 정말 운 좋게도 자리가 하나 빠져서 주차를 했지 운이 좋지 않았으면 빙글빙글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렇다고 주차 자리가 적은 것은 아니다. 다니다 보면 길가에 상당히 많은 공영 주차 구역이 있고 건물도 마련되어 있지만 그걸 넘어설 만큼 사람이 많을 뿐이다.

 

헌데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장이 크고 풍성하다는 것의 반증이 아니겠는가? 일단 도착을 해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볼거리는 참 많은 장이다.

 

 

 

공영주차장 주변에는 상점들. 채소, 과일, 꽃, 의류, 이불, 기타 잡화는 물론이고 생선, 장류, 그리고 장터에 빠지면 섭섭할 먹을거리도 판매하고 있는데 사진으로 다 담지 못했지만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장터의 크기도 꽤 길다.

 

 

 

가던 길을 돌아서 본모습인데 줄지어진 천막의 지붕을 보면 얼추 그 길이가 짐작이 가리라 여겨진다.

 

 

 

그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가장 끌었던 것은 바로 이 나무로 만든 식탁의 모습이다. 그냥 식탁만 있었더라면 그저 그런 평범했을 터인데 찻잔을 올려두니 숨이 훅 불어 들어간 느낌이다. 정말이지 집에 하나 두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케이드로 지붕이 쓰인 이곳이 상설시장인데 장날이라 이곳 역시 북적북적하다.

 

 

 

불고기 토스트? 무슨 맛일까?

 

 

안주류가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특히 번데기탕, 먹태, 김치전... 술 당기는 안주들. 아쉽다. 아쉬워.

 

 

 

어째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사람이 더 많아지고 '이제 끝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쯤이면 아케이드 지붕이 끝이 나면...

 

 

 

다시 이런 천막들이 서있는 시장의 모습이 나온다. 즉, 위에서 바라본다면 오일장과 오일장 사이에 상설시장이 샌드위치처럼 되어있는 그런 모양이다. 다시금 말 하지만 크기가 엄청나다. 서울의 청량리, 영등포 이런 시장만큼은 아니지만 웬만한 오일장은 비교가 안 될 만큼 크고 구경거리도 많다.

 

 

 

'재첩이요'

 

손글씨와 앙증맞은 재첩이 참 어울린다. 아까 위에서 봤던 술안주에 딱 얼큰하게 걸치고 다음날 재첩국에 해장을 하면 딱인데...

 

 

아무튼 구경은 잘했으니 이제 필요한 물건을 사야겠다. 일단은 대파, 크기가 크지 않고 적당한 대파가 눈에 띄었다.

 

 

 

대파 한 단 구입 (2,000원)

 

 

 

생선가게인데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들른 것은 아니고 힘이 느껴지는 손글씨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손글씨에 대한 애정이 참 많은데 내가 손글씨를 못 써서 그런 것인가 보다. 옛날엔 어른들이 다 저렇게 각자 개성을 지닌 손글씨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곳에 와야 가끔 구경이 가능한데 이런 글씨를 보고 있자면 나도 꼭 써보고 싶다는 꿈이 생긴다.

 

 

 

계속 걷는다. 닭발도 참 좋아하는데... 특히 닭발은 양철로 된 원형 테이블에 앉아 연탄불 같은 걸로 직화구이하면! 그냥 술술 넘어간다 술술!!

 

 

 

비닐로 된 포장만 보다가 이렇게 종이 포장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톤 다운된 색상이 눈에 주는 편안함과 만질 때 느껴지는 촉감,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는 참 좋다. 특히나 좋은 점은 내용물을 다 먹고 나면 다른 용도로 사용도 가능하다.

 

 

 

여성복 파는 곳인데 히트상품 국산 순면 바지가 12,000원이다. 이 바지를 어머니가 두 벌 구매하셨는데 디자인이나 재질보다는 밑위가 길가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어머니들은 보통 밑위가 긴 바지, 즉 배바지가 가능하고 쪼그려 앉았을 때 엉덩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그런 바지를 선호하시는데 요즘 나오는 옷들은 아무래도 몸에 딱 맞는 것들이 많아서 이런 바지를 구하기가 영 쉽지가 않다. 그동안 많은 오일장을 돌아다녀보고 서울 남대문 시장도 돌아다녀 봤는데 오늘 마침 여기서 필요한 물건을 딱 만나게 되었다. 이 정도면 주차하려고 돌아다녔던 시간이 아깝지 않은데 집에 가서 어머니가 입어보시더니 아주 편하고 잘 샀다고 하신다.

 

 

 

아케이드를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잡화를 파는 곳이 있어 숫돌(3,000원)과 빗자루(5,000원)를 샀다. 숫돌은 보통의 숫돌인데 저 빗자루는 매우 매우 매우 부드러운 빗자루다. 직접 사용을 해보면 부드러운 동물의 털 같이 스-윽 하고 바닥을 지나가는데 방바닥에 있는 머리카락을 허리 굽히지 않고 쓰기 좋다. 뭐, 요새는 이보다 더 좋은 밀대들을 쉽게 구매 가능하긴 하지만 느낌이 다르다랄까? 그리고 저런 빗자루들은 발이 상하지 않게 반드시 벽에 걸어둬야 한다.

 

 

 

대망의 된장 구입. 10,000원이다. 사실 이 것을 사려고 오일장에 온 것인데 드디어 샀다. 사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된장을 파는 집에서 맛을 보았는데 영 탐탁지 않아 그냥 집에 가려했는데 마지막으로 만난 집에서 맛을 보니 구매를 하게 되었다. 집에 가서 파 썰어 넣고 찌개를 맛있게 끓여서 저녁으로 먹어야겠다.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시장 앞에 있는 빨간 벽돌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슈퍼, 이발소, 미용실, 정육점, 식당, 그리고 위에 사는 사람들. 켜켜이 쌓여있는 벽돌처럼 쌓였을 이곳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함을 하나 남겨본다.

 

 

 

마지막으로 장을 나와 가는 길에 본 꽃이다. 애기똥풀과 겹작약. 애기똥풀은 길에서 큰 야생화고 겹작약은 누군가 심어 둔 것 같은데 둘 다 아름답다. 누군가 계획해서 만든 백화점도 좋지만 어지러운 듯 서있는 전통시장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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