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겨울잠을 자기 시작한다는 입동이 지나면 가을은 그 색을 슬슬 벗기 시작합니다. 단풍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죠. 이제 곧 단풍구경 소식은 물러가고 사람들은 첫눈 소식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가는 가을이 아쉬워 그 끝자락이라도 잡아보려는 심정으로 차를 몰아 단풍이 그렇게도 아름답다는 내장산을 찾았습니다. 11월 9일, 목요일 오후 정읍에 도착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오늘 같은 경험으로는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습니다. 우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자가용으로 내장산을 방문하면 내장산을 진입하면 보통 제4주차장(주변 경관이 ‘내장산’이라 느껴지는 단계의 시작) -> 제3주차장 -> 제2주차장 -> 제1주차장 -> 내장산 입구 -> 내장사 이렇게 지나게 됩니다. 요즘 같이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기에는 제1주차장까지만 갈 수 있고 내장산 입구부터는 통제를 합니다. 그런데 제3주차장 부근부터 차는 거북이 행렬을 시작하더니 제2주차장을 지났더니 그야말로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특히 관광버스들이 길 가에 조금이라도 공간이 있으면 차를 세워두는 통에 그 버스 비켜가려고 더더욱 정체되더군요.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아무튼 어찌저찌 제1주차장으로 진입했지만 만차였고 근처 민영주차장에 차를 댔습니다. 5천원이라는 가격은 산골짜기 치고는 비싸지만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인정하기에 수긍하였습니다. (그리고 수긍하지 않으면 내려가야 하지요)
차를 제1주차장 인근에 주차했으면 이제 내장사매표소까지 걸은 후 매표소를지나 셔틀버스또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됩니다. 제 원래 계획은 셔틀버스를 이용해 내장사까지 이동 후 천천히 내려오며 경치를 감상하려했습니다. 헌데 제1주차장 -> 매표소까지 이동하는 길에 실망이 너무 컸습니다. 주차 통제하시는 분이 호루라기를 계속 불어대는 소리, 통제에 따르지 않는 차를 향해 내지르는 고성과 욕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동춘서커스라는 곳에서 어마어마한 데시벨로 하는 호객행위, 상가에서 트는 음악 등등 소음공해가 너무 큽니다. 대한민국 명산 중 하나라는 이곳의 입구에 어찌하여 이리도 복잡한 소음이 공존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더군요.
통제요원들의 호루라기와 상가에서 트는 음악소리는 그냥저냥 넘길 수 있는 수준입니다. 헌데 동춘서커스에서 설치한 스피커에서 나오는 호객행위는 분명히 소음공해라 말 할 수 있는 정도로 시끄럽습니다.
그렇게 매표소 앞 까지 왔는데 입장료를 3천원을 받더군요. 산림과 문화재 관리를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필요하니 지폐를 꺼내려 주섬주섬 뒤지는데, 매표소 너머로 보이는 내장산을 보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산 중턱부터 꼭대기까지 단풍이 썩 멋지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어요. ‘이 정도는 대한민국 어디를 가더라도 볼 수 있는 정도인데...’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더군요. 게다가 제 옆의 할아버지께서 휴대폰으로 뽕짝을 크게 트시고는 산행을 시작하려 하시는 모습은 망설이던 저에게 굳은 결심을 하게끔 했습니다.
물론 내장산 단풍이 멋지기는 합니다. 다만 이는 제3주차장, 제2주차장 부근인 즉 내장산의 초입부에 해당합니다. 특히 제3주차장 -> 제2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엔 빨간 단풍나무가 아치와 같은 형태로 이어져있어 장관을 이룹니다. 단언 제가 돌아다니며 본 산들의 단풍 중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헌데 이도 사람이나 차가 없어야 한가하게 거닐며 즐기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 행렬에 사람도 많으니 큰 감흥은 없더군요. 그리고 실질적으로 중요한 내장산 내부의 단풍은 ‘그다지...’입니다.
흔히 요즘 제 값어치를 하지 못하는 물건을 가르켜 ‘창렬스럽다’라는 은어를 사용하고는 합니다. 제가 오늘 방문한 내장산은 그 명성이 비해 감흥이 실망스럽네요. 그리고 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부조화 때문에 아닐까 합니다. 통제요원들의 통제에 잘 따라주고 상인들의 호객행위도 상식 선 산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편도 4시간 넘는 운전 시간이 아깝군요.
요약 : 내장산을 방문하였는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너무 많았고, 주변 상인들에 의한 소음공해가 심했으며 내장산의 단풍이 소문만큼 아름답지 않아 입구에서 발길을 돌림. 다만 초입부의 단풍은 어떤 산보다 아름다움.
만약 여러분께서 가을날에 내장산으로 단풍놀이를 준비하고 계신다면 팁을 몇 가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새벽 6시 즈음 오셔서 한가하게 즐기세요. 그래야 소음공해로부터 자유롭고 아까 위에서 이야기 했던 제3주차장 -> 제2주차장 사이의 단풍나무 아치를 느긋하게 감상 + 사진촬영까지 여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내장산은 오전이 아름답지 오후엔 햇살 때문에 잘 보이지 않더군요. 멀리서 오기 때문에 6시엔 무리라고 하신다면 전날 근방까지 온 후 숙박 후 일찍 오셔서 내장산의 모든 매력을 만끽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2. 주말이나 휴일에 오실 예정이면 제4주차장까지 오신 후 걸어서 올라가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되도록 일찍 오세요.
3. 산행을 하지 않고 관광하는 코스는, 매표소 지나 셔틀버스를 타고 내장사에 내린 후 아래로 천천히 걸어오며 우화정 등을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것만 보아도 내장산 구경했다 이야기하기 충분 할 것입니다.
4. 현금 꼭 챙겨가세요. 주차비, 입장료 등등 오직 현금만 받습니다.
5. 상인들이 파는 모시떡이랑 뻔데기의 맛은 영 아니올시다였습니다.
참고 : 노란색 별 = 제4주차장 / 파란색 별 = 제3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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